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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질생각

너는 내운명

오라질 2012. 3. 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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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들의 파격적 사랑 이야기를 담은 '죽어도 좋아' 로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박진표 감독은 '너는 내운명' 에서 입소문 만큼이나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마음껏 늘어놓는다. 그가 스스로 토로한 것처럼 이 영화는 한편의 사랑의 판타지일지도 모른다. 허나 이러한 판타지적 사랑을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단지 그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라고...  

대부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은 대부분의 결말이 이미 관객들에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뻔한 스토리 라인의 전개로 진부하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너는 내운명' 의 면면을 살펴 보면 그를 극복하고자 하는 감독의 고뇌가 여기 저기 묻어 난다. 또 자칫 지리멸렬할 일련의 전개들을 황정민, 전도연 이라는 두명의 배우가 매력적이라고 표현하기엔 무언가 2% 부족한, 소름 돋힐만큼 훌륭한 열연이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큰 힘이 된다.

'너는 내운명' 에서 배경이 되는 농촌의 모습은 우리가 그려왔던 고향의 따뜻함과 풍요로움이 아닌 각박하고 힘든 실제의 농촌의 현실 모습들을 적나라 하게 표출하고 있다. 노총각들이 그들에게 소중한 소를 팔아 동남아 신부들을 찾아 다니는 모습, 광우병, 콜레라 같은 큰 사건이 터지면 피붙이 같이 아끼던 가축들을 땅에 파묻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담배 한개비로 웃고 마는 소박함, 도심에서만 있을법한 현란한 네온사인 단란주점에서 술마시고 아가씨질 하는 작금의 농촌의 모습들이 무언가 자꾸 잃어 간다는 사실에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사랑은 지독하다. 

가족, 친구, 사회 모두가 말리는, 어쩌면 스스로도 고뇌하고 아파하지만  사랑에 절규하며 잊지 못하는 석중. 현실의 밑바닥에서 겪은 좌절과 아픔 속에서 누구보다도 견딜수 없이 사랑에 목말라 하는 은하. 사랑과 집착의 경계선상에서 도덕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못한 자신의 사랑을 위해 맹목적인 천수. 




사랑은 고통으로 아파하면서도 마약 중독자처럼 끊임없이 갈구하기도 하며 때로는 무섭도록 맹목적이기도 하다. 또한 현실이 그어 놓은 잣대에 의한 사랑이 있는 가하면 판타지 소설 속 혹은 순정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로맨틱의 환상적인 사랑도 존재한다. 영화 '너는 내운명' 에는 다양한 사랑이 스며들어 있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 중에서 어떤것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다. 석중의 사랑도, 은하의 사랑도, 천수의 사랑도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표를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운명처럼 찾아오는 사랑이 있는 반면, 사랑이 운명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영화 속에서 아무런 잣대도 들이대지 아니하며 사랑에 절규하던 석중의 모습에서 현실의 커다란 벽에 스스로 포기하고만 내가, 첫사랑의 아련하고 애틋했던 추억들을 곱씹으며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후련한 마음을 갖고 나서게 된 것은 혹시 너무도 이기적인 '나' 라는 인간의 적나라한 단면을 드러나게 함에 거북스러워 하면서 불편해 했던 마음 한구석의 아픔이 곁들여져 더더욱 진한 감동이 되어 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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