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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에서 가끔 토론이 벌어지곤 한다. 오늘 출근길.



귀요미 손녀딸을 안고 힘겹게 “영차!” 버스에 오르는 할머니를 바라보던 다른 할머니가 “이의있소!”. 



“나는 죽어도 못 키워 준다며 단칼에 잘라서 애 봐 달라고 말도 못 꺼낸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손녀딸을 안고 타신 할머니 한숨을 쉬며 “힘들지만 애들이 맞벌이 하는데 어디 맡길데도 없고 어쩔 수 없지 않냐”며 말 끝을 흐린다.



‘맞벌이 변명’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바로 치고 들어온다. 

거 몇푼이나 번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애를 키워야지 어디 감히 할머니에게 애를 맡기냐고…





네. 버스 안 모든 사람들이 예상한 바와 같다.

손녀 안고 탄 분은 친정어머니. 딸 힘들까봐... 감내하시는 것 같았다.

뭐하러 키워 주냐는 분은 시어머니. 본인 며느리를 향한 듯한 날이 선 목소리.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싶어한다.



OECD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너도나도 앞 다투어 출산을 장려하는 대한민국의 현실. 

하지만 육아는 철저하게 개인의 몫이다. 

그렇게 개인의 몫이 된 육아는 은퇴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몫으로 남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물론, 전적으로 조부모에게 육아의 부담을 떠 넘기는 것이 옳지는 않다. 

분명 부모에게도 책임이란 게 있다. 



하지만, 육아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사회의 보장 시스템은 개인에게 전가된 육아 문제에 대해 충분히 돕고 보호해야 한다.



아이와 부모 그리고 조부모까지 모두 불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복지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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