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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제주도에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봄의 여유를 한껏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렌터카로 전기차인 현대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택했다. 결론적으로 그 선택은 탁월했다. 전기차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다소의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승기를 적어 본다.
주행거리가 4,000km 밖에 되지 않은 신차를 배정받았다.
관광지에서의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게 렌터카의 주목적이니 유류비가 안 든다는 건 정말 큰 매리트가 된다. 여행자의 부담을 한층 가볍게 덜어준다. 제주도의 유가가 저렴하지 않은 편임을 감안하면 ‘유류비 0원’은 축복받은 일이다.
충전소는 제주의 유명 관광지 어디에나 있고, 전기차충전소 앱을 통해 충전상태 여부도 쉽게 알 수 있다. 방문한 충전소에 다른 차가 먼저 선점하고 있다면, 끝없이 기다리는 고통이…는 훼이크고, 인근 충전소로 옮기면 그만이다. 생각보다 인프라가 잘 깔려 있어 충전소는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급속은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대체로 1시간 정도로 여유롭게 잡는 것이 좋다. 고장인 경우도 있고 완속충전만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여행 계획에 있어 충전 스케쥴은 조금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유류비가 꽁짜니 이런 정도의 수고로움은 여행자에게도 견딜만한 수준이다.
완충시 227km라는 주행가능거리를 보여줬다. 어디까지나 최적의 상태일 때다.
비가 오는 날 라이트를 켜고, 와이퍼를 작동하며 히터까지 켠 상황에서 주행가능거리가 어이 털리는 수준으로 훅훅훅 빠진다. 전기 그 자체가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을 이용할 때 함부로(?) 쓰던 전기도 아끼고 소중하게 이용하는 것이 좋다. 충전에 대한 압박감과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에어컨을 켜고 달려보진 않았지만, 에어컨을 켜고 달린다면…으으으 상상하기도 싫다. 여름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퍼포먼스 측면을 살펴보면 에코모드는 그냥 현대 기아차의 경차를 모는 느낌과 거의 같다. 이 모드는 정말 쓸데없는 듯 하다.
진리는 스포츠모드다. 제주도의 오르락내리락, 차량의 정체가 많지 않아 지속적인 정속주행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주행가능거리 차이도 크지 않다. 롱텀 테스트는 아니었기에 확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정말 큰 차이가 안 났다. 스트레스 없이 스포츠 모드를 이용하는 편이 좋겠다.
가속을 위해 깊게 액셀을 밟았다가 떼고, 다시 밟는 상황에서 미션의 충격처럼 크게 울컥거리는 불쾌한 경험을 운전자에게 전달했다. 미션이 없음에도 이런 충격이 있는 건 회생제동을 위함이겠지만, 빠릿한 소프트웨어 셋팅이 아쉽다.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대 토크는 초반부터 쏟아진다. 이게 참 기묘하다. 내연기관의 그것과 달라 액셀링 시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초반의 엄청난 토크에 ‘오오옷!’를 외치는 찰라 그 힘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마치 ‘이게 이 차의 전부야’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래 정말 이게 다임. 후빨이라는 건 없다.
하지만 소형차에 도심 주행 위주라는 포지셔닝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전투력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아쿠아 하이브리드보다는 확실히 잘 나간다.
스포츠모드에서 급 가속시 차가 뒤틀리는 듯 움찔거리며 한 쪽으로 쏠렸다가 자리를 잡는 현상이 반복된다. 차량의 강성이 좋아졌다고들 하던데 뭐가 좋아졌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역시 핸들링의 직결감은 개나 갖다줬나 허공에 삽질하는 느낌이 들 지경이다. 과장을 조금 하자면 닌텐도의 위모콘으로 마리오카트를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주행 중 차량은 한 쪽으로 자주 흐른다. 나는 반듯하게 가고 싶다아~. 차량이 흘러 반대방향으로 보타를 하면 의도했던 것보다 더 꺾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자꾸 화가 난다.
브레이크는 충전에너지로 환원하기 때문에 이질감이 있다. 꽉 물지 않으면 초반에 밀리는 느낌마저 든다. 아쿠아 하이브리드와 거의 유사한 느낌이다. 잘 드는 것도, 잘 안 드는 것도 아닌 그냥 그런 보통의 브레이크 셋팅이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겐 정말 브레이크가 안 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풀 브레이크를 잡으면 바퀴는 잘 잠긴다. 문제는 타이어다. 마른 노면에서도 ABS가 걸릴 정도다.
타이어는 미쉐린 에너지세이버로 연비 위주의 에코 타이어라고 하지만 정말 정말 구리다. 접지라는 개념은 밥 말아 먹은 것 같다. 그럴 상황이 전혀 아닌데 비명을 시도 때도 없이 지른다. 한계치가 낮아도 너무 낮다. 그냥 얌전하게 살살 타면 큰 불만은 없겠지만, 긴급회피가 필요한 경우 타이어가 제역할을 하기에 부족하겠다.
서스펜션의 첫 인상은 조금 탄탄한데? 하는 느낌이지만…금방 실력이 뽀록난다. 롤링, 피칭, 요잉에 왜 이러나 싶을 정도의 허둥지둥 총집합을 보여준다. 정말 별로다. 이 차로는 스포츠 주행은 하지 말자. 배터리를 잘 배치해 어쩌고 저쩌고 무게 중심을 어쩌고 저쩌고 하던데, 차량의 무게배분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언더스티어가 심하다. 서스펜션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타이어가 접지를 제대로 못 한다. 고속주행 시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순간적이었지만 후륜쪽이 털리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했다. 피쉬테일처럼 뒷쪽이 와리가리 하면서 휘청였다. 심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그 이후엔 차를 믿기 어려워졌다. 일단 이 차를 산다면 바로 타이어를 바꾸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만 타이어를 교체하면 연비에서 잃는 게 많을테니, 어쩌면 아이오닉 전기차의 딜레마다.
0~60km 까지는 참 편안하고 좋다. 소형차 급임을 감안하면 이 구간에서의 풍부한 토크는 큰 강점이다. 예상보다 빨랐고, 주행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 이 정도 영역대에서 이 차는 크게 나무랄 게 없다.
80km~100km 구간은 조금 더디고,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차량을 온전히 믿기 힘들다. 풍절음이 슬슬 시작되는 구간이기도 하다.
100km 를 넘는 구간에서는 시끄러워 오디오가 잘 들리지 않고, 옆 사람과 이야기 하기 어려운 수준의 풍절음이 등장한다. 방음이 아쉽다. 연비를 위해 손해를 보는 게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의 안정감은 매우 아쉬운 수준이다.
옵션이나 이런 것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실내 공간도 넓다. 뒷 좌석에 성인이 타도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여길 왜 이 따위로…하는 구성도 조금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테리어나 옵션 등이 차량선택의 중요한 가치가 되지 않는다.
눈엣가시처럼 크게 그리고 자꾸 거슬리는 부분이 없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스포일러는 정말 큰 문제다. 뒷 시야를 크게 가린다. 뒷유리도 위 아래로 나눠놨다. 진짜 왜 이 따위로 만들었나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룸미러는 확대경인 듯 가깝게 보이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선명하지 않고 뿌옇게 보인다. 픽셀을 억지로 늘려 놓은 저해상도 이미지를 보는 느낌이 든다. 뒷시야는 총체적 난국이다. 디자인적으로도 정말 혐오스럽다. 차라리 가리는 것 없이 시원하게 뒷유리를 뽑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충전인프라가 잘 갖춰진 제주도 같은 환경에서 산다면, 아이오닉 전기차는 무조건 옳다. 렌터카로도 매우 훌륭하다. 다음에도 주저없이 전기차를 고를 것이다. 도심에서 출퇴근 위주의 세컨카로는 충분히 훌륭한 상품성을 지닌다. 유류비가 없다는 강점이 가장 크다.
스포츠 주행은 하지 말자. 애초에 그렇게 태어나지 않은 차다.
삶이 조금은 여유로운 노약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차다. 충전을 할 때는 조급함보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유로운 사람에게 추천한다.
1g이라도 ‘스포츠’의 피가 흐른다면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음 세대에서 단점은 보완되고, 장점이 극대화된 모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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