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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미국에서의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2009년~2014년에 판매된 디젤 차량들을 임의조작한 스토리였죠.
미국에서 디젤 자동차에 대한 NOx 배출 규제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수준입니다.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는 팔지마!’라 하는 것과 다를게 없습니다. 이런 미국의 강력한 정책에 폭스바겐은 ‘클린 디젤’이라는 신기술(?)로 도전장을 내밀어 잘 나가는 듯하다가 결과적으로는 처참하게 털리는 사건이었습니다.
혁신적인 평가로 처음엔 폭스바겐의 기술력에 환호했지만, 결국 이 신기술은 안타깝게도 치팅으로 밝혀지고 만 것입니다.
사진출처 : http://carzreviewz.com/
디젤 스캔들 관련하여 이 블로그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아래의 글도 살펴보시면 충분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nerd.kr/286
http://nerd.kr/288
최근 한국에서 폭스바겐 관련 사태가 본질이 흐려지고 다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정리하는 글을 씁니다.
폭스바겐은 미국 정부에 거액의 벌금을 내고,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손해배상하겠다는 보상안을 마련해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이 스캔들도 서서히 조용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량도 조금씩 회복하고 있으니까요. 어차피 미국은 디젤차가 많이 팔리는 시장은 아닙니다.
이제 한국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디젤 스캔들은 유로5가 기준이었던 유럽을 비롯한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차인데, 왜 문제가 되지 않느냐?‘
한국과 유럽에서는 유로5가 기준으로 미국보다 배출가스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죠.
‘국내법에서 정한 기준을 맞췄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이것은 폭스바겐 코리아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와 유럽 시장에서는 임의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NOx 배출량이 법적 기준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었고, 더불어 설사 임의조작을 했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법규정도 없었습니다.
미국 디젤스캔들에서 치팅의 핵심이었던 LNT가 국내차량에는 장착되지도 않았죠. 그러니 치팅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었더라도 치팅을 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없는 셈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리콜은 소프트웨어 패치 정도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불법적 행위’가 없다고 주장하는 폭스바겐은 한국과 유럽에서의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부에겐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폭스바겐 스캔들이 일어나기 몇 년 전 몇몇 제조사들의 차량들이 주행 중 에어컨 작동하면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사건을 밝혀냈습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제조사는 물론 수입차들의 배출가스가 기준치의 11배 이상이 검출되었던 사례입니다.
이는 에어컨을 작동할 때 EGR이 꺼지게 만드는 문제 때문입니다.
에어컨이 작동할 때 왜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EGR을 끄게 만들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디젤 자동차의 EGR이 작동하면 출력저하가 필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차량의 에어컨을 켜면 출력이 떨어져 차량이 굼떠지고 연비가 떨어지는 현상은 누구나 아실겁니다. EGR과 에어컨이 동시에 작동하게 되는 환경에 놓이면 불가피하게 급격한 출력저하가 나타날 수 밖에 없고, 이는 운전자에게 매우 불편하고 불쾌한 주행질감을 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같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죠.
이 사례에의 결론을 말하자면 환경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제조사들이 자발적 조치를 취하면서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환경부는 이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이번에도 폭스바겐을 강하게 압박했죠. 알아서 자발적 리콜을 하든 제조사의 개별조치를 취하든 어떤 형태로든 사과하고 조치하라는 것이었겠죠.
근데 폭스바겐이 여기에 굴하지 않는 ‘패기’를 보여줍니다.
‘디젤스캔들 관련해 미국에서 벌어진 조작사건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러운 마음이지만, 한국에서 불법행위는 없었어!’
이런 스탠스를 끝까지 굽히지 않으며 불성실한 리콜계획서를 여러차례 반복 제출하며 소극적이고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문제는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폭스바겐의 입장이 사실에 가깝다라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상상력을 좀 동원해 보겠습니다.
소설입니다 소설.
[소설 시작]
미국에서는 벌벌 기던 폭스바겐이 한국시장에서는 콧방귀 뀌며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환경부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이 빡이 쳐, 안 쳐? 이것들 봐라. 아주 그냥 탈탈탈탈 부랄탈탈탈 털어주마.
미국에서 실 주행 조사시 배출가스가 기준치의 수십배 엄청 많이 나왔다고 하니, 안 봐도 비디오지, 에어컨 켜고 부하를 주면서 달리면 아주 작살 나올걸?! 두고보자 폭스바겐 이것들... 부들부들
[소설 끝]
환경부는 실제 주행시 나오는 배기가스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폭스바겐의 차량들은 모두 포함하고, 물론 ‘우린 공정하게 조사할거야’라는 의미를 담은 듯 국산차 및 수입차량들도 추가해 조사를 시작했죠. 하지만 폭스바겐을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들의 차량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별했는지는 안 얄랴쥼.
환경부 조사 디젤 자동차들은 20종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폭스바겐 투아렉, 제타, 골프, 비틀, 재규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A3, 볼보 XC60D4, FCA 지프 그랜드체로키, 현대 쏘나타, 기아 스포티지, 한국지엠 트랙스,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푸조 3008, 벤츠 E220, 포드 포커스, FMK 마세라티 기블리, BMW 520D, 한국 닛산 캐시카이
실 주행환경에서의 NOx 배출량에 대해서 아주 오랜 기간동안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반복해 조사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의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을 써 봅니다
[소설시작]
이번 조사에서 폭스바겐 차량의 NOx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높게 배출되고, 국산 브랜드를 포함한 다른 차량들은 기준치 이하 또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면 폭스바겐을 아주 그냥 아작을.... 아무튼 이것이 베스트 시나리오!!!!
그…그런데…
얼라료???
엉뚱한 놈들이 줄줄이 비엔나로 걸려드네.
이 미친 것들은 또 뭐야?!?!
[소설끝]
이미지 출처 : 환경부 2016. 5. 16. 보도자료
국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실내인증 기준은 0.08g/km 인데… 무려 한국 닛산 캐시카이에서 1.67g/km(20.8배), 르노삼성 QM3에서 1.36g/km(17.0배)가 나왔습니다. 이어 국산차로는 쌍용 티볼리와 지엠의 트랙스, 기아 스포티지, 현대 쏘나타 순으로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야잌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뽱당 시츄에이션!!
이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BMW 520D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들의 차량들은 배기가스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사실은 폭스바겐 차량들보다 현대기아, 쌍용, GM의 테스트 차량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거 시나리오 누가 썼냨ㅋㅋㅋ
결국 탈탈 털어봤지만, 환경부는 캐시카이만 임의설정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나머지 19개 차종은 임의설정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힙니다.
이렇게 폭스바겐의 디젤자동차들도 임의설정했음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합니다. 디젤 게이트의 본질이 임의설정인 것인데…???
슬픔이 몰려옵니다.
사실 BMW 520D를 제외하고는 실제 기준치보다 많이 나왔으니, 이걸 가지고 폭스바겐의 조작도 의심된다 라고 발표할 수도 있었겠지만, 국내 브랜드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차량이 다 털리게 되니 찾았으되 찾았다고 할 수가 있냐 없냐.
[소설시작]
부들부들!! 두고보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있냐, 다른 거 뭐 털거 있냐 없냐?!!!
[소설끝]
그러더니 뜬금없이 폭스바겐의 인증서류 미비 및 서류 조작 혐의가 드러나게 됩니다.
폭스바겐은 업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불법은 불법이지. 임마!
검찰은 폭스바겐 코리아의 인증담당 임원을 구속 기소하면서 디젤 스캔들과 상관 없는 이야기로 급 전개됩니다.
마치 디젤 스캔들로 인해 폭스바겐 임원이 구속된 줄 아는 분들도 많죠. 물론 폭스바겐의 도덕적, 윤리적 잘못에 대한 비난은 마땅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로 중요한 것이니까요.
이렇게 사건이 이상하게 흐르는 것은...
말 안 들으니까…
‘괘씸죄’로 터는 거 아니냐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 정도 아니냐 이거.
나만 쓰레기야?
그리고 언론 매체들은 폭스바겐의 한국시장 퇴출, 판매 금지, 운행정지 명령 등 어마무시한 ‘말’들로 연일 폭격을 가했습니다.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은 계속되었던 것이죠. 환경오염의 주범이니 어쩌니 하며 고등어를 두드려 팼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디젤게이트와 관련한 조작혐의를 밝혀내 불법사항이 확인되었다면… 법적, 행정처분이 가능했으면 진작하고도 남았을텐데… 결국 처벌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건은 이렇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일 전 폭스바겐은 자발적으로 판매중지 조치를 하겠다고 다소 고개를 숙이는 듯한 스탠스를 취합니다.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명확히 판명된 서류 조작 등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 인증을 받기 전까지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지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세를 한껏 낮춰 기관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것은 아닌가 했지만…
8월 2일 추가 확인된 사실을 붙이면… 7월 28일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이하 대기법)을 회피하려고 자발적 판매중지를 한 것으로 보임. 개정된 대기법 적용시 최대 68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기에 개정 전 미리 판매중지를 하면 법 개정 이후 판매차량이 없기에 개정된 대기법 적용을 받지 않음. 개정 전 대기법 기준 과징금은 최대 178억임. 깨알같은 디테일로 무려 600억 아낌.
미친…어쩐지 뭔가 찝찝하더라니…
최근 폭스바겐, 이케아 등의 외국계 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관리 감독을 무서워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소극적인 이유가 뭘까요?
원론적인 문제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량의 인증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뇌물을 수수했다는 더러운 이야기도 스물스물 기어 나오고 있습니다. 감독 기관과 기업이 붙어먹는 마피아들… 소비자들의 권익에는 안중에 없고 친기업적 정책과 규제완화로 인한 봐주기 식 행정이 이렇게 불신을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요?
정부와 입법부가 철저하게 제도를 정비하고,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의 유명무실한 자동차 검사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합니다. 미국의 디젤스캔들은 질소산화물 문제로 불거졌는데, 한국의 자동차 정기검사 및 종합검사에서 휘발유 차량만 질소산화물을 검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심각한 공해를 내뿜는 구형 디젤차들의 질소산화물 검사 왜 안하나요?
환경부와 국토부 등 정부기관들은 지금 도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레몬법 도입해야 합니다. 기업에게 입증책임을 묻고, 때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의 권익은 철저하게 보호하고,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엄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시급히 마련해 기업들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인 빌어먹을 마피아들을 철저하게 색출해 척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평하고 바른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죠.
차량 브랜드에 따라 편을 가르고, 서로 ‘혐오’하며 분열하고 서로 싸울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연대해 이 부당함에 맞서야 합니다. 폭스바겐 소비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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