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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의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고 멈춰 있던 재건축의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해 꺼내 드는 단골 카드가 있다. 바로 용적률 상향이다. 층수를 높여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면 조합원의 부담은 줄고 사업성은 좋아진다. 겉보기엔 모두가 윈윈하는 매력적인 정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변화가 항상 도시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냉혹한 시장 논리와 결합하면서, 도시는 살아남는 곳과 밀려나는 곳으로 더 선명하게 갈라진다.

 



1. 자본의 블랙홀과 풍선효과의 소멸
용적률 상향으로 쏟아지는 공급 폭탄은 입지에 따라 잔인할 정도로 극단적인 결과를 낳는다.

상급지의 자본 독식

-대기 수요가 탄탄한 상급지 단지들은 늘어난 물량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재건축 성공 가도를 달린다. 신축 프리미엄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발판 삼아 시중의 유동 자금과 투자 수요를 빨아들인다.

거품이 꺼진 중하급지

-반면 애초에 수요가 약했던 중하급지는 직격탄을 맞는다. 과거 상급지 공급이 막혀 있을 때 밀려 내려오던 투자 자본의 풍선효과마저 약해지면, 중하급지 아파트는 본질적인 거주 가치만으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 

-결국 재건축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호가는 빠르게 꺼진다.

 

 


2. 용적률 상향은 '리트머스 시험지'
그렇다고 용적률 상향 정책 자체가 양극화를 일으킨 ‘악당’인 것은 아니다. 중하급지 재건축이 좌초하는 진짜 원인은 치솟는 공사비와 턱없이 부족한 일반분양 수익이 만든 사업성 한계에 있다.

오히려 용적률 상향은 단지별 사업성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험지다. 아무리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져도, 이를 감당할 기초 체력이 없는 중하급지는 결국 사업성의 벽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재건축은 도시 전체를 끌어올리는 구명보트가 아니라, 살아남을 곳만 남기는 선별 장치가 된다.

 

 


3. 멈춰버린 시계, 그리고 슬럼화의 공포
사업성이 무너져 재건축 시계가 멈춘 단지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일반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그에 맞춰 상권과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일자리 같은 자족 기능이 부족한 베드타운에서는 이 고리가 끊어지기 쉽다. 재건축 동력을 잃은 낡은 단지는 시장의 외면을 받아 거래가 줄어든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주거 환경을 위한 유지보수는 방치되고 거주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진다.

결국 재건축 혜택에서 소외된 중하급지는 장기적으로 뒤처지고, 같은 생활권 안에서도 격차는 더 벌어진다.

 

 

4. 도시를 진짜 살리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결국 용적률 상향은 모두를 구원하는 만능 해법이 아니다.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기준은 상급지의 철옹성만 더 단단하게 만들고, 도시는 더 깊게 갈라놓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시장의 한계를 보완할 정교한 개입이 필요하다. 예를들면 다음과 같다.

① 맞춤형 기부채납(공공기여) 적용
일률적인 기준을 버리고, 지역의 사업성에 따라 기부채납 비율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공공기여 부담을 과감히 덜어주어 최소한의 사업 추진 동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② 공공의 적극적인 등판
민간 자본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외면하는 중하급지 노후 주거지에는 공공 재개발, 저리 금융 지원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곳에 시장 논리만 들이대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재건축이 도시를 살린다'는 구호는 달콤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시 내부의 서열화와 양극화를 더 깊게 만드는 서늘한 진실이 숨어 있다. 이제는 맹목적인 용적률 완화 찬양을 넘어,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밀어낼지부터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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